탐인(探人) 정운현의 '역사와의 대화'

 

  -- 김형욱 ‘서울 폐차장 사망설’, 믿을만 한가?


   이번 연재를 시작하면서 필자는 <신동아> 4월호에 실린 내용이 지난 99년 재미언론인 문명자씨가 자신의 회고록에서 김형욱이 서울로 끌려와 서울 근교의 폐차장에서 죽었다고 한 내용과 유사한 점에 주목했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김형욱의 ‘서울 폐차장 사망설’은 믿을만 한가?

우선 문명자씨의 증언내용을 당시 필자가 <대한매일>에 보도한 기사를 통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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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과 대화중인 문명자씨

“.... 김형욱이 어떻게 최후를 맞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 중앙정보부가 파리에 온 김형욱을 납치, 살해한 후 센강에 버렸다는 설도 있었고, 또 산 채로 짐짝처럼 포장해 KAL기에 실어 서울로 데려갔다는 설도 있다.


그 무렵 우리 사무실에 프랑스어로 된 익명의 편지가 날아들었는데, 그 내용은 김형욱이 KAL기 짐칸에 실려 갔다는 것이었다.(* 이런 내용은 연재 (4)에서 주섭일씨가 증언한 내용과 유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나는 미국의 한 항공사 화물부에 문의를 해보았다.


“사람을 짐짝처럼 싸서 운송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산소가 부족해 호흡이 곤란하고 온도, 습도가 낮아 사람이 짐칸에서 파리~서울간 15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 합니다”


이래저래 취재는 벽에 부딪쳤고, 나는 김형욱의 사인규명을 거의 포기했다.


그런데 80년대 초 나는 뜻밖의 루트를 통해 김형욱의 사인에 대한 상당히 정확한 정보에 접하게 되었다. 발설자는 정일권 전 국무총리였다. 그는 유럽을 여행하던 중 파리에서 자신이 신뢰하는 모 인사(본인의 요청으로 신분을 밝힐 수 없음)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잔인하다 잔인하다 했지만 박정희가 이렇게 잔인할 수 있나. 잘못했다고 비는 김형욱이를 자동차에 실어 그대로 폐차장에 밀어 넣어 버렸다네.”


그의 말에 따르면, 산 채로 서울로 납치해간 김형욱을 차지철이 경복궁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지하벙커를 통해 박정희 앞에 대령했는데 김형욱이 박정희에게 “잘못했습니다. 죽여주십시오” 하고 빌었다는 것이다.


정일권의 말대로라면 김형욱은 폐차장 압착기 아래서 최후를 맞았다는 얘기가 된다. 정일권의 입장에서 보면 김형욱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옹립하려던 ‘이북파 최측근’이었으니 분개할만도 했을 것이다.


나는 이같은 사실을 정일권 본인을 통해 거듭 확인한 바 있다. 지난 86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하얏트호텔에서 정일권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김형욱이가 서울로 잡혀와 비참하게 죽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으시다는데 사실인가요?”
“예, 내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정일권은 말년에 암에 걸려 고생하다가 94년 타계했는데, 내가 그를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음은 <신동아> 4월호에 실린 전직 외사(外事)경찰관 윤 모씨의 증언내용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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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4월호 '김형욱 실종사건' 관련 기사


“.... “비행기에서 승객이 다 내린 뒤 얼마 지나서 얼굴에 검은 자루가 씌어진 사람이 따로 내렸다.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이 양쪽에서 부축하고 있었다. 이들은 비행기 바로 옆에 대기 중이던 검은 세단에 그 사람을 구겨 넣고 사라졌다.”


 윤씨는 이 얘기를 김포공항에 나가 있는 외사요원에게 직접 들었다고 했다. 그가 특이동향 보고를 하면서 “김형욱이 들어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는 것.


“그날 밤 관련 내용을 정보보고서에 담아 외사관리관에게 결재를 올렸다. 보고서 밑에 ‘열람 후 즉시 파기’라고 적었다. ‘김형욱’이라고 이름을 적지는 않았다. 일주일쯤 지나 김형욱이 실종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날 김형욱을 태우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문제의 비행기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출항한 대한항공 여객기였다고 한다. 취리히는 김씨의 예금계좌가 있었다고 알려진 곳이다. 윤씨는 “(김형욱을) 마취시킨 후 기내식 창고 같은 곳에 숨겨 데려왔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는 또 “김형욱 제거는 김재규의 작품”이라고 단언했다. 청와대 지하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총으로 쏴 죽였다는, ‘박정희 살해설’에 대해서는 “무식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중략) 윤씨는 김형욱의 최후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김형욱이 서울로 납치돼 온 뒤 김재규가 담당에게 ‘어떻게 됐느냐’고 확인했다. 담당요원은 ‘혼수상태에 빠진 김형욱이 탄 차를 폐차장 압축장치 속에 밀어 넣었다’고 보고했다.”


두 사람의 증언을 통해보면 공통점이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우선 김형욱이 서울로 압송돼 와서 중앙정보부 사람들에 의해 폐차장에서 깔려 죽었다는 사실은 공통점이다. 다만 이런 내용을 문명자씨는 ‘발설자’인 정일권 전 총리로부터 직접 들었고, 윤모씨는 동료 외사경찰에게 전해 들었다는 점은 차이점이다.  


다만 문명자씨는 김형욱이 항공편 짐칸에서 국내로 압송될 수 있는 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씨는 ‘마취시킨 후 기내식 창고 같은 곳에 숨겨 데려왔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또다른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이 건은 어떻게 볼 것인가? 이는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인 셈이다. 왜냐하면 <시사저널> 보도내용과 국정원과거사위원회의 발표내용은 모두 파리에서 김형욱을 납치, 현지에서 ‘처치’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공편 압송’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어 여기 소개한다.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어서 쉽게 기억해낼 것이다.      


지난해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인 11월 16일 오후 6시경, ‘BBK 의혹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구속중)가 전격 입국했다. 그의 입국을 두고 당시 여야간에 ‘기획입국’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그런데 김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3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당시 그의 양손엔 수갑이 채워진 채 그 위에 수건으로 덮여 있었는데, 그의 입국은 한국에서 파견한 검찰 호송팀이 담당했다. 그런 김씨는 어떻게 항공편으로 입국했을까?     


당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13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4평 남짓한 승무원 전용 휴게실(일명 벙커)에 별도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일반승객들은 김씨의 탑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동아일보, 07. 11. 17일자)


결국 ‘짐칸’이 아니고도 비밀리에 특정인을 항공편으로 압송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문명자씨의 ‘의혹’은 일단 해소되는 셈이다. (* 참고로 근 30년 전 상황이니 그새 비행기 기내구조에 변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장거리 비행의 경우 ‘승무원 전용 휴게실’은 여전히 있지 싶다)


마지막 공통점인 ‘폐차장 살해설’. 김형욱의 ‘최후’에 대해서는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대로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파리 현지 납치 후 현지 피살설(시사저널, 국정원과거사위원회), 제네바서 살해 후 파리 거쳐 한국 이송설(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그런데 문명자 증언과 <신동아> 보도, 즉 ‘파리 납치 후 한국 폐차장 살해설’은 마치 한 입에서 나온 말처럼 일치하고 있다.


증언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명자 증언이나 <신동아>의 증언자는 다른 증언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문명자 증언은 전 국무총리를, <신동아> 보도는 30년 외사경찰관을 증언자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두 건 역시 문제점은 있다. 우선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 또 모두 간접 증언을 전하고 있을 뿐,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파리 납치 후 한국 폐차장 살해설’은 현재로선 개연성이 가장 높아 보이긴 하나 여전히 남은 숙제가 있다고 하겠다. 그건 다름 아닌, ‘구체적인 물증을 토대로 한 당사자 증언’이라고 할 수 있다.

    Posted by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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